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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동 박서보 미술관|개관전 《박서보와 흐엉 도딘》 관람 후기

쪼꼬열매 2026. 9. 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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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1일, 연희동에 박서보 미술관이 새롭게 문을 열었어요. 저는 개관 후 첫 주말에 찾았습니다 :)

Park Seo-bo Museum opened in Yeonhui-dong, Seoul, on August 21, 2026. I visited on the first weekend after the opening, on a rainy Saturday.

박서보미술관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24길 9-54

연희동 박서보 미술관|개관전 《박서보와 흐엉 도딘》 관람 후기

아트 위크를 앞두고 비가 꽤 내리는 날이었는데도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처음에는 그저 깔끔하고 모던한 건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시를 관람하고 나니 건물 밖의 세로줄들이 박서보 작가의 묘법이 떠올랐어요.

The museum has a clean, modern exterior, but after seeing the exhibition, I started noticing the building differently. The repeated vertical lines outside reminded me of Park Seo-bo’s Ecriture works.

신기했던 우산 보관함

건물 입구에는 우산꽂이가 마련되어 있었어요. 우산을 꽂고 열쇠를 챙겨두는 방식이라 우산을 잃어버릴 걱정 없이 관람할 수 있어 편했습니다.

박서보의 작품들이 상영되는 입구의 디스플레이

입구의 커다란 스크린에서는 강렬한 빨간색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단순한 포인트 컬러라고 생각했지만, 전시를 보고 나니 박서보 작가의 작품과 연결된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작품을 하나씩 보고 나니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의 요소들도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도슨트 투어 일정 Docent Tour Schedule

도슨트는 매일 오후 2시에 시작된다.

도슨트 투어는 1층 Space One 입구에서 시작돼요. 평일에는 오후 2시, 토·일요일에는 오후 2시와 4시에 하루 두 번 진행됩니다.
작품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도슨트 투어를 함께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저 역시 작품을 그냥 감상하는 것과 작가의 작업 과정이나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은 뒤 보는 것은 확실히 달랐어요. 설명을 듣고 나니 선과 색, 반복적인 표현 하나하나가 조금 더 눈에 들어왔고, 두 작가의 작품을 함께 구성한 이유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Docent tours are offered at the entrance to Space One on the first floor. They start at 2 PM on weekdays, with an additional 4 PM tour on Saturdays and Sundays.

If you’d like to learn more about the artists and their work, I’d recommend joining a docent tour. The explanations added another layer to the exhibition and helped me look at the works in a different way.


1층 Space 1에서 만난 〈Ecriture No. 130218〉

1층 Space 1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끈 작품은 〈Ecriture No. 130218〉이었어요.

In Space 1, I came across Park Seo-bo’s Ecriture No. 130218, one of the works from the foundation’s collection. I was drawn to the repeated vertical lines and the sense of depth they created. It was one of those works that made me stop and look for a while.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세로줄이 이어지는데, 단순한 선의 반복만으로도 화면에 깊이가 생긴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색감과 화면의 깊이에 한동안 작품 앞에 머물며 바라보게 될 만큼 몰입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박서보 미술관 층별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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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전 《박서보,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

박서보 미술관의 개관전은 《박서보, 흐엉 도딘: 비움 그 충만》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전시는 지하 1층부터 관람하면 됩니다.

The opening exhibition, Park Seo-bo and Huong Dodinh: Emptiness Fullness, brings together works by Korean artist Park Seo-bo and Vietnamese-born, France-based artist Huong Dodinh.

이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박서보 작가와 베트남에서 태어나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해온 흐엉 도딘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인데요. 두 작가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활동해왔지만, 반복과 축적을 통해 화면을 비워내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작업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결된다고 해요.

Although they come from different cultural backgrounds, their work shares an interest in repetition, accumulation, and gradually removing what is unnecessary from the canvas.

흐엉 도딘, A8

절제된 화폭에 그어진 선들이 물의 출렁임을 연상시키는 흐엉 도딘의 작품도 인상적이었어요. 마침 비가 내리던 날이라 지하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I was especially drawn to Huong Dodinh’s restrained works, with delicate lines that reminded me of rippling water. Since it was raining outside, they felt naturally connected to the view from the underground gallery.


강렬한 붉은색의 Space 2

시간이 흐르면서 박서보 작가의 작품에는 조금씩 다채로운 색감이 등장하는데요. Space 2에서는 강렬한 붉은색의 작품이 특히 눈에 들어왔어요.

As Park Seo-bo’s work evolved, color gradually became more prominent. 

작가가 영감을 받았던 붉은 단풍잎을 보며 근심과 걱정이 그 붉은 빛에 모두 타서 없어지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는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 역시 작품 앞에 서 있으니 정말 활활 타오르는 듯한 붉은 기운이 전해졌어요. 복잡했던 생각들이 그 빛에 잠시 녹아 없어지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I remembered hearing that Park Seo-bo once described his worries as burning away in the red light, inspired by the deep crimson color of autumn leaves. Standing in front of the works, I could almost feel that intensity myself. For a moment, it felt as if some of my own thoughts were fading into the red.


절제의 끝을 보여주는 Space 3

3층 Space 3에서는 앞선 전시장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었어요.

강렬한 색채가 이어졌던 공간과 달리 이곳에서는 화이트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색을 거의 덜어낸 듯한 화면 때문인지 전시장 전체가 한층 고요하게 느껴졌습니다.

Space 3 on the third floor had a completely different atmosphere. The works were mostly white, with much less color, creating a quiet and restrained space.

특히 이 공간은 외부의 날씨와 채광에 따라 작품이 조금씩 다르게 보인다고 해요. 제가 방문한 날은 비가 많이 내리는 흐린 날이었는데도 작품 안에서 묘한 빛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햇빛이 좋은 맑은 날에는 같은 작품이 어떻게 달라 보일지 궁금하더라고요.

The works here are said to look different depending on the weather and natural light. I visited on a cloudy, rainy day, but there was still a subtle sense of light within the works. It made me curious to see how they might look on a bright, sunny day.

흐엉 도딘, X.K.N.31

저는 중학생 때부터 그림을 그리고 미술을 공부했지만, 미술관에 갈 때마다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회가 된다면 계절마다 한 번씩 미술관을 찾고 싶은데 마음처럼 오기가 쉽지 않네요. 작품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이 조금씩 쌓이는 것 같거든요.

가까운 연희동에 박서보 미술관이 생긴 만큼, 이곳은 1년에 한 번이라도 다시 찾아오고 싶은 곳이에요. 전시뿐 아니라 글쓰기나 드로잉 워크숍도 마련되어 있어,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I've been drawing and studying art since middle school, but visiting museums always reminds me that there is still so much to learn. Since this one is relatively close to me, I'd like to come back at least once a year. The museum also offers writing and drawing workshops, which seem like a nice way to slow down, experience art in different ways, and spend some time reflecting.


박서보 미술관 관람 정보

  •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11:00–18:00 (휴관일: 월요일, 음력설 당일, 추석 당일)
  • 관람료: 일반 5,000원 어린이: 0–7세 무료 단체 20인 이상 10% 할인
  • 주차: 건물 내 유료 주차장 이용 가능하나, 공간이 넓지 않아서 대중교통 이용 추천
  • 대중교통: 버스 이용 시 한성화교중고교·서대문소방서 정류장에서 하차 후 도보 약 5분

관림하는 동안 착용해야하는 입장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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